온갖 수식과 전문용어, 수백 페이지 분량의 구조계산서와 탄성파탐사보고서 번역을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시작부터 문제가 좀 있었다. 업체에서는 PDF문서를 보내주었는데, (물론 수정은 가능했지만) 영문이 한글보다 길어서 문서 내 표나 수식이라든지, 레이아웃을 다시 잡을 수밖에 없었다.
편집 가능한 워드나 한/글 문서를 보내주십사 연락을 드리자, 담당자분은 난처한 기색이었다. 기술사사무소에서 원본 제공을 꺼린다고 하셨다.
결국 내가 직접 원 보고서 납품업체에 연락하여 설득한 끝에 편집 가능한 문서를 메일로 받아냈다. 신기한 것은, 너무 수식이 많아서였는지 표지부터 모든 페이지가 엑셀의 워크시트로 만들어져 있었다. 상상해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엑셀을 활용하는 업체도 있구나 싶었다.
번역은 순조로웠다. 전공이 비슷한 쪽이기도 했고, 챗지피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3주 정도 걸릴 분량이었지만 하루 만에 완수해서 회신을 드렸다.
문득, 일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회사원이었다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역량 내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학교였다면 A+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일하면 안 된다. 등급으로 매겨지지 않는, 이를테면 상한이 없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 이게 다 코딩을 배운 덕분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으로 나를 이끌어준다.
오늘 오전에 업체로부터 세금계산서 발행 건으로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 엔지니어에게 번역품질 컨펌을 잘 마쳤나 보다.
그래.
올해는 정말 심장이 터져라 일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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