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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은 재미있지만...

by 일코 2020. 6. 30.

 

파이썬이 참 좋다.

나는 늦깎이 공기업 막내인데...

(신입은 아니다. 회사가 어려워서 6년째 채용이 없다. 입사로는 여전히 막내다...ㅜ)

엑셀과 아래아한글 지옥에서 허덕일 때 업무자동화의 맛을 보여준 파이썬...

취미로 시작한 건데 자동화를 업무에 적용해보았다가 

지금은 django로 웹앱도 만들고,

bs4나 selenium으로 크롤링도 하고,

PyQt나 TkInter로 GUI도 만들 수 있고

re나 difftool로 문자열 편집,

pandas와 Jupyter, seaborn 으로 데이터분석과 시각화도

얕게나마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건 꼭 올려야 해!" 할 때 강의영상 한 편씩 올리곤 한다.

이들은 모두 나름 내 기술스택이자 회사에서의 특기, 그리고 부업이 되어주었다.

 

근데 딱 내 수준까지 코딩의 맛을 본 사람이 참 많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떤 비전을 품었다거나, 뚜렷한 플랜을 갖고 코딩을 시작했다기보단

우선 필요를 느끼고, 서점에서 잘 팔린다는 책, 유행하는 책이나 강의를 보고

컨베이어벨트에 실린 듯 코딩을 배웠으니 

내 앞뒤로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참 많으리라 확신한다.

아니나다를까 요즘 출간되는 IT신간 중엔

고급, 중급자를 위한 ㅇㅇㅇ나, 응용서적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초를 벗어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이다.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현재 이런 욕심을 갖고 있다.

컴퓨터 구조나 자료구조, 알고리즘, 메모리에 대한 이해,

x86, MFC나 win32com.. 컴퓨터공학이나 프로그래밍 관련교양 전반에

사실 백지같은 상태다.

생각을 얕은 코드로 옮기는 건 가능하게 되었지만

작동에 대한 깊은 이해는 사실 없다.

그냥 마법 정도로 간주해버리고 만다.

근데 궁금하기는 하다.

남들 재미없다는 코딩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걸 배우고 싶은 생각들이 자꾸 든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노라면 종종

'다른 언어를 배워봐야겠다' 하는 생각도 크게 올라온다.

사실 여러 개를 더 배워보고 싶다. C, C#, Java, Javascript, Go, Rust, Dart..

아예 몇 학기 분량의 컴퓨터공학 전공수업들을 청강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이런 욕망들은 평소엔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필터링이 되곤 한다.

왜냐면,

회사 업무를 더 잘, 더 고급지게 해내기 위해서 이게 필요한가?

하는 질문만 스스로에게 던져도 답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이건 그냥 "내 욕심"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놈의 학습욕구는 내 하루를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퇴근하고 잠들기 전까지, 그리고 주말마다 육아에 매진해야 하는 환경도 가끔은 원망스럽고..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 기왕이면 최고로 잘 하고 싶다."

이런 생각들도 나를 괴롭게 한다.

회사에서 쌓는 내 전공 커리어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30대 후반, 외벌이 가장인데 이직을 할 수는 없잖은가ㅜ)

잠시 생각이 복잡했던 새벽이다. 

 

2020. 6. 30. 12:00

잠을 줄이면서 하고 싶은 만큼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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