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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네이버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by 일코 2024. 8. 7.

안녕하세요?

 

티스토리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최근에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포스팅을 이어 작성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로 갈아타게 된 계기는 사실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① 기존의 도메인을 갱신하려고 할 때

호스팅 가격이 너무 (블로그를 통해 얻었던 수익보다 훨씬 많이) 올라서이기도 했고,

② 티스토리 포스팅에 시연화면 관련 gif 움짤을 올릴 때,

일정 용량 이상의 움짤은 첫 몇 프레임만 보여주고 끊기거나 하는 현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블로그는 작성시 단축키도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 불편한데, 움짤을 최적화해주더라고요)

티스토리는 html이나 css로 여러 가지 커스텀을 할 수도 있고,

애드센스를 붙일 수도 있는 특장점들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저한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여튼 요새 근황을 조금 남겨보면,

저는 개발이나 강의 관련 일을 모두 접고

지금은 지방의 지반 관련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작성해 왔던 pyhwpx라는 모듈만 가끔씩 업데이트하고 있고요.)

 

아래아한글 자동화에 나름의 경험이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보고서 자체는 한/글로 작성하기는 하지만

제가 자동화를 적용하는 부분은 서식 일괄변경이나,

부록 만들 때 여러 장의 그림 빠르게 삽입하기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현장/실내시험 결과나 측량, 탐사데이터는 모두 엑셀로 받고요.

오히려 요즘은 엑셀이나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오토캐드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고 만든 프로그램 중에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건..

매주 월요일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이번주 식단표"를 바탕화면에 다운로드해주는 프로그램 (따위)입니다ㅜ

 

업무강도가 그다지 강한 편도 아닌데, 우리 쪽 업계는 젊은 직원들이 귀합니다.

제가 40이 넘었지만, 우리 팀에서 막내예요.

그래도 급여수준은, 제 관점에서는 굉장히 후한 것 같습니다.

 

사실 개발쪽 강사 일을 하다가

올해 4월에 제법 이름있는 RPA업체 PM으로 입사 제의를 받았을 때,

그 때 "PM업무와 함께 사내교육도 지속해주실 수 있냐"며 제시해주셨던 급여보다

지금 일하는 회사 급여가 더 높거든요.

 

근데, 일을 하다 보면...

뭔가 허하고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분명 막내 입장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엔지니어링의 쾌감 같은 게 있기야 하겠지만

 

우리 팀의 업무는 뭐랄까,

굉장히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이미 몇 달 뒤의 정답은 정해져 있는" 듯한 업무입니다.

수많은 기성품 중 하나의 자기복제 같은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우리 팀 선임들은

이 업계에서 20여년 내외로 경력을 쌓은 분들이어서 그런지

의사결정의 과정이 굉장히 매끄럽습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도 뚜렷해서 분업도 잘 되어 있고

항상 회의가 짧습니다. (사실 회의가 거의 없기도 합니다.)

저도 나름 석사과정에 관련 논문까지 썼던 공대생으로서

뚝딱 1인분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데,

(표현이 좀 투박하지만) 끼어들 틈이 없는 느낌입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겠죠?

매일 수업준비를 해야 하던 강사 시절이나,

굶어죽지 않기 위해 밤새 프로그램을 짰던 프리랜서 시절보다

몸도 훨씬 편하고, 식사도 거르지 않지만

뭔가 너무 편해서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아마도, 이 시간들이 제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을 갉아먹고 있다는 불안함 때문인 것 같아요.

 

세상에 좀 더 큰 기여를 하고 싶고,

더 뚜렷한 어떤 족적을 남기고 떠나고 싶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고...

 

하여튼 그렇습니다.

 

퇴근 후에는 매일 프로그래밍 연습과 포스팅을 합니다.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배우는 건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들을 골라서 제법 깊게 익히려고 합니다.

 

최근에는 동시성 프로그래밍, 고급 정규식, 지구통계학(특히 크리깅 관련)

그리고 Godot엔진으로 게임 만들기 연습도 해보고

(거의 모든 분야에 ChatGPT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win32com 패키지를 제법 오래 다뤘던 덕분에

오토캐드나,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파이썬으로 자동화할 때도

어느 정도 인터페이스가 쉽게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업무가 닥쳤을 때 ChatGPT와 파이썬 코드를 짜서 돌려보면 대부분 해결이 되는 수준입니다. 채찍피티 짱!)

 

사실 개발 일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했지만,

pyhwpx 관련 질문들을 많이 받고 있기eh 합니다.

가뭄에 콩나듯이 프로그램 게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끄적끄적 적다 보니

많이도 적어내려갔네요.

그리고, 사실 많이 적적하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공부도 하고, 온라인 강의도 만들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루 다섯 시간 자면 많이 잤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동안 쌓인 피로를 요근래 싹 풀고 나니

요즘은 "내 남은 시간"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살면서 빚을 천천히 갚고 나면

1년에 1억씩만 모아서,

한 20억쯤 벌고 나면 드디어 서울에 집을 사고(다시 빚더미에 앉고)

사랑하는 두 딸 유학도 보내주고

시집들 갈 때 그럴싸한 혼수도 해주고 나면

쭈그렁 할아버지가 되어 있겠구나..

그 전에 죽거나 병나면 안 되겠구나.

 

무기력한 마음이나 우울한 생각도 자주 찾아와서

그런 마음들을 쫓으려고 음악도 듣고, 집안에서 스트레칭도 합니다.

 

진득하게 한 가지를 오래 잡지 못하고

눈앞의 호기심과 즐거움만 좇아 살았던 시절이

조금 후회가 되기는 합니다.

후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머리로는 되뇌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얕게만 살았던 시절이 아쉽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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