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렐로 짱!
포스트잇 스타일(?)로 업무를 시각화하는 "칸반보드"의 대명사, 트렐로!
필자는 트렐로의 나름 오랜, 그리고 열렬한 팬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어떤 블로그를 읽다가) 트렐로를 알게 되었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툴과 기법들이 있다는 것도 추가로 알게 되었다.
업무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맛을 본 툴이 트렐로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업무력 향상 효과가 좋아서,
'혹시 내게 더 잘 맞는 툴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몇 년 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찾고, 익숙해질 때까지 써보았다.
툴의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써보면서 참 좋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노트 프로그램 : 노션 > MS원노트 > 에버노트?
노션은 정말 만능 노트다. 최근 oopy 등을 통해 노션을 블로그로도 활용하는 고급유저들을 보면 정말 감탄하게 된다.
필자도 몇 년간 노션을 써 왔는데, 솔직히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껄끄러웠다. 개인적인 단점을 세 가지 꼽자면,
1. page를 통한 depth 등 구조가 너무 자유롭다 : 회사막내 특성상 동시에 진행되는 업무가 너무 많은데, 노션으로 업무정리를 해보면 너무 들쑥날쑥해지고, 복잡해진다. 투두리스트도 너무 중구난방하게 되고, 뭔가 덕지덕지 메모를 붙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쓰다 보면 이건 마인드맵도 아닌 게 무슨... 미로찾기나 정글처럼 복잡해져버린다. 정리에 또 한참이 걸리고ㅜ 유저의 기본 내공이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능이 너무 많아 싫다니ㅜ
2. 모바일이나, 노트북에서 상당히 무겁다 : 개선이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뭔가 아쉽다. 가장 최악이었던 건, 필자가 애용하는 블루투스키보드로는 모바일 노션 입력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3. 너무너무 잘 정리해놓은 유저들이나 템플릿, 샘플을 보면 주눅이 든다 : 남들은 이런 고급기능도 흔하디흔하게 쓰는데 나는 여기까지인가보다.. 하면서 학습의욕이 저하된다. 의외로 이게 큰 변수로 작용했다;;;
업무를 위해 노션을 연구하고 책이나 강의를 사서 공부해야 할 만큼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고, 점차 업무자료 아카이브로만 쓰게 되더니, 지금은 그마저도 안하게 된다...
원노트는 펜으로 필기가 가능하고, 모바일+블루투스키보드가 가장 잘 먹혀서 애용했는데, 정작 업무에는 "메모장" 정도로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의필기 등에만 사용하고 있다.
에버노트는 뭐 답이 없는 것 같다. 지켜줄 수가 없다;;;
할일목록 프로그램 : 아웃룩 > 투두이스트 > MS투두리스트
트렐로를 떠나 가장 오랫동안 마음을 붙이고 있었던 프로그램은 역시 아웃룩이었다. 메일 등록할 때 항상 오류부터 발생하던 그 아웃룩, 지금은 환골탈태해서 멋진 업무일정 관리 툴이 되어 있다. (어쩌면 아웃룩은 예전 그대로인데 필자의 눈이 바뀐 걸지도) 하지만, 업무용PC가 내부 폐쇄망인데다, 옆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외부망PC에서도 아웃룩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웃룩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제한적으로 내부망에라도 나만의 다이어리를 아웃룩으로 그려볼까 했는데, 결국 업무관리 툴을 이원화하는 건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완전히 돌아서게 되었다.
그 외의 할일리스트는 다들 비슷했다. 적당히 좋았고, 최고는 아니었다. 구글이나 MS나, 혹은 투두이스트도, 결국 지금의 내 업무, 혹은 나와는 잘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떤 점이 가장 안 맞는 느낌이었냐면, 할일목록 타입의 프로그램들은 일정과는 별개로 대부분 "1회성"이라거나, "흘러가는" 업무를 쳐내기 위한 느낌이었다. 뭔가 집중해서 탁탁 처리할 수는 있는 것 같은데, 리스트가 쌓이거나 한 가지 일이 오래 지체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두리스트를 사용하는 기간에 일부 직원의 퇴직과 회사 사정 등으로 업무가 평소보다 다소 과중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심각한 무기력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할일목록은 하여튼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칸반보드 프로그램 : Trello > Jira > Asana
지라는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하고 기능도 다양하고 많이 쓰이는 툴이지만, 개인적인 업무관리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느낌이 있었고, 필요 이상으로 기능이 다양해 보여서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협업"과 "이슈트래킹"이 아니라면 지라를 쓸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필자는 트렐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서두에서 필자가 트렐로의 오랜, 그리고 열렬한 팬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개인적인 업무관리에 소소하게 이용할 뿐, 절대 파워유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수년 동안 트렐로를 사용하면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본다. 필자와 유사한 업종에 해당하는 분들, 뭔가 본인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맡겨지고, 그로 인해 본인 때문에 부서 전체에 병목이 발생한다고 느껴지면, 업무처리가 늦어진다고 되려 욕먹기 전에 꼭! 칸반을 활용해서 현재 업무상태를 시각화하고, 병목을 해결하려고 시도해보자. (병목이라고 고급용어 썼는데, 현재 내가 맡은 업무가 너무 많다고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 경험상, 칸반보드는 일종의 방패가 되어준다. 한 페이지짜리 칸반보드(특히 Doing이나 OnGoing 같은 리스트가 가득차 있는) 같은 걸 보여주면, 내게 업무를 토스하려던 대부분의 팀원들은 꼼짝못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간도둑들은 정말 교묘하고 교활하게, 아주 슬그머~니 들이대기 때문에, 그에 필적하는 방어막이 필요하다.
하여튼 아래는 필자가 트렐로를 사용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 노하우다.
1. 리스트를 너무 많이 나누지는 말자. 기본 3개에 +2개 정도?
트렐로에서 "리스트"는 일종의 칼럼이다. 리스트 안에 집어넣는 업무를 "카드"라고 부른다. 기본적인 리스트 세팅은 "할 일", "하는 중", 그리고 "완료"이다. 필자는 가장 좌측에 "검토"라고 해서, 할 일은 아니지만 시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사이드프로젝트 카드를 만들어 넣고, 가장 우측에는 "루틴"한 업무, 즉 매일, 매주, 매달, 매분기 해야 하는 일종의 반복업무를 적어놓는다. 중간 세 개는 위에서 밝힌 "할 일", "하는 중", 그리고 "완료"
2. "하는 중" 리스트의 카드는 은 무한정 길게 늘어놓지 말고 3개 내외로
"하는 중" 업무가 너무 많아도 어차피 위의 업무부터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필자 경험상 "하는 중" 리스트에 너무 많은 카드(업무)가 들어 있으면 똑같은 일도 더 버거운 느낌이 된다. 두세 개 정도면 (정말 똑같은 상황인데) 신기하게 뭔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동시작업 수를 늘리는 것도 괜찮다.
3. 어깨가 무거워지면 업무카드를 더 잘게 쪼개보자.
엄청 크고 복잡한 업무 하나를 카드 한 장으로 만들어놓으면, (개인적으로는) 효율이 뚝 떨어진다. 칸반을 쓰는 의미가 없어진다. 업무 한 개를 나누고 나눠서, 카드 한 장을 처리하는 데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쪼개 놓으면(예를 들어 "ㅇㅇ에게 메일 보내기", "ㅇㅇㅇ 기안 작성하기"처럼 간단한 업무를 한 장의 카드로), 기분이 다운되어 있거나, 몸이 안 좋아도, 혹은 멘붕 상태에 있어도 업무가 진행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카드 내 체크리스트 기능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체크리스트에 넣을 항목을 카드로 만들어버린다. 참조할 카드는 복붙으로 관련카드 안에 붙여넣을 수도 있다.
4. 이미지나 이모티콘은 가급적 지양
가급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미지를 카드에 넣지 말자.
이미지를 카드에 넣어버리면 한 장의 카드가 엄청 두꺼워진다.
이모티콘을 써버리면 뭔가 장난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대신 배경화면 정도는 마음에 쏙 드는 이미지를 골라서 사용하자.
5. 업무가 다양하다면 하나의 보드에 레이블을 여러 개 활용하자.
트렐로의 가장 큰 단위는 "보드"이다. 보드 안에 "리스트", 리스트 안에 "카드"를 넣는 형식인데, 오래 전에는 업무별로 보드를 만드니까 당장은 간소하고 좋아 보였다. 근데 전체를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우선순위를 따지기도 번거로웠다. 어차피 내가 할 일들인데.
그래서 개선한 방법은, 한 개의 보드 안에 모든 업무를 다 작성하되, 레이블을 10개 다 활용하는 식으로 바꿔보았다. 필자 업무특성상 카드를 넘기는 템포가 다소 빠른 편인데, 필터기능을 활용해서 레이블별로 업무를 확인하는 게 훨씬 간편했다.
6. 기타(마우스 대신 단축키를 익히자, 웹버전을 사용하자 등)
트렐로의 가장 큰 장점을 고르라면 필자는 "맞춤정장 같은 편안한 단축키"를 들고 싶다.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단순하고 프로그램이 가벼워서 반응도 굉장히 빠른 편인데, 특히 단축키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단축키가 너무 장황하지도 않고, 손맛이 좋다고 해야 할까? 노션의 단축키가 코딩하는 느낌이라면, 트렐로의 단축키는 일종의 게임 같은 느낌이다. 필자는 마우스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리스트 안에서 카드 순서를 정렬할 때 정도이다. 단축키는 모두 30개 정도인데 필자가 자주 쓰는 키는 10개 내외인 것 같다.
필자는 내부망PC에 모니터 두 대, 외부망PC에 모니터 한 대가 달려 있는데, 외부망PC로 크롬에 전체화면으로 아예 트렐로 업무보드를 띄워놓고 일한다. 데스크탑 버전은 특별히 나은 점도 없거니와, 파란 제목바가 없어지지 않는다; 필자와 같은 환경이라면 외부망으로 트렐로를 일종의 업무 대시보드로 활용하기 바란다.
그 외에 유용한 업무용 툴이 있다면 댓글로 추천 부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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